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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함을 인정하고, 단점을 명확하게 간파하고, 더욱 더 성장한 날의 기록(내가 잘못했는데도 내가 화를 내는 경우) 본문

테리베리/생각 끄적이기

옹졸함을 인정하고, 단점을 명확하게 간파하고, 더욱 더 성장한 날의 기록(내가 잘못했는데도 내가 화를 내는 경우)

테리베리 2022. 9. 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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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옹졸함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 나와 잘지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지내고 싶었던(= 나도 모르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기분상해하거나 화를 내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해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내가 실수/잘못한 것을 이실직고하고, 해결하는 과정' 에서는 감정/기분이 특히나 더 예민해져서 '내가 잘못했다라는 본질'을 잊고, "당장에 보이는 상대방의 말투 등"에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이번 상황에서 나의 옹졸함이 나타난 부분은?
→ 내 잘못이 먼저이고, 그게 사건의 발화점이 된 건데, 그 잘못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작은 꼬투리/핑계(말투 등)가 생기면 화를 낸다.

나의 옹졸함을 발견했을 때 '화'를 먼저 발산하지 않으려면?
→ 상대의 마음이 언제 풀릴 지는 내가 정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의 잘못이 명백한 상황에서는) 여유를 두고 상황을 처리하기. >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문제보다, 사건이 발발한 본질을 기억하면서 대화해야 함.

[상황]

29살의 3/4가 다 지난 무렵, 2개의 동기 결혼식이 겹친 상황이었다. 말이 결혼식이지, 그간 모이지 못한 1박2일 동기모임의 느낌들이 컸다.
절대 겹칠 일 없을 줄 알고 제주도가 목적지인 J파티, 서울이 목적지인 S파티 둘 다 쿨하게 OK했다.
거기에 J파티의 한 동료와는 "하루 전에 제주가서 놀기"라는 계획까지 흔쾌히 Fix해버렸다.

J파티는 숙박인원체크/비행기예매확인을 단톡방에서 지속적으로 했고, 그들이 그런 시간을 가진지 3주가 지났다. 

뒤늦게야 J파티를 갈 비행기표를 예약하려 했는데, 예약 전 마지막 일정 검토를 하면서 두 결혼식 일정이 겹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에이.. 겹치면 뭐 S파티 가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루 전 제주 가서 놀자"라고 했던 동료가 이미 비행기표 등을 다 예매한 상태여서 그러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S파티가 나에게는 같이 있을 때 더 편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서 J파티를 못간다고 하고싶었다.

그러다가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참가못할 것 같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와 하루 전에 가서 먼저 놀자고 개인적으로 약속한 J파티의 한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 날 중요한 일정이 생겼다"라며 약속 취소가 가능하냐는 식으로 말을 흘렸는데, 그의 대답과는 상관 없이 내가 찔려서 "약속 취소"라는 단어는 못꺼내겠더라.

그리고 며칠을 고민한 뒤, S파티원들에게 참석이 불가능할 것 같다라는 뉘양스의 장문의 편지를 보내고, J파티 단톡방에는 "선약한 쪽에는 다 말 해놨고, 저는 이상 없이 가도록 할게요.."라고 썼다(쫌생이자식). 그 동료에게는 "가던대로 가시죠.."라고 썼다. 지금 와서 봐도 저 글을 써질러놓은 나는 "나.. 중요한 일정 포기하고 당신들을 택했으니, 이런 내 선택을 알아봐줘요!!"라고 관심을 갈구하는 결핍자 같다. 그랬더니 동기는 "머선일이래요 증말"이라는 말을 했고, 나는 "미리 말씀드렸었잖아요. 형님께는..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구... 근데 이미 벌려놓은게 있어서 못갈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욕 좀 먹고 왔쥬"라는 말을 썼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참 찌질하다)

여기서 문제는 "일정확인을 못해서 이 사달이 나게 한 원인은 나(테리베리)이고, 그래서 내가 싸질러놓은 문제들을 처리/해결하기위해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말하는 과정에서, 나는 왜 "이 동기가 한 말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네?", "화가 나네?", "왜 저 동기는 내 마음을 몰라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다시 글로 써봐도, 아무리 논리적으로 사고를 해 보아도 저 동료가 잘못한 게 없는데, 난 왜 잘못이 없는 사람한테 '화'라는 감정을 느끼는지.. 이런 내가 정말 싫었다. 분명 이런 내가 싫어 몸부림치던 때가 29년 인생 중 한 두번이 더 있던 것 같았는데, 이제서야 이 감정을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도대체 화낼 일이 아닌데 화가 나는 나의 감정이 왜 드는 것일까?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다가 어머니께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지금껏 몰랐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옹졸함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본인의 옹졸함을 느꼈기에.. 이내 자기 자신이 한심해보여 화가나는 것이고..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대개 사람은 이러한 상황(이해할 수 없는 본인의 옹졸함을 마주했을 때)에 그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려는 본능이 있지."

100% 정답은 아닐 수 있으나, 어머니의 저 말씀을 듣고,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듯한 느낌과 함께 마음 속에 있던 '분노감','불쾌감','찝찝함'이 사라지고, 동기가 밉던 마음도 너무나도 쉽게 사그라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때문에 "이런게 바로 콤플렉스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걱정/고민들이 마치 '옥수수알이 팝콘이 되는 반대 과정을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는 듯' 사라졌다. "이게 바로 잘못에 대한 올바른 인정, 그 이후의 감정인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어머니께서는 한 마디를 더 해주셨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다라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했으니 이제 고치기만 하면 되겠네."
"다양한 사람/상황을 마주하며,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방금과 같은 상황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부딪히며 배워가며 성장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것 같네"

평소 나를 잘 따르는 동생도 "나는 오빠가 이해가 안되는데? 왜 화가나?"라는 말들을 주고 받으면서, 그다지 길지는 않았지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주는 힘', '29년간 깨닫지 못했으나 살아가며 지금의 내가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한 번은 겪었어야 할 깨달음의 과정'을 마주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이 날 깨달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감사인사: 살면서 더러 마주쳤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을 공유하며, 나의 내면을 이해/인정하는 과정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하고, 언제든 고민을 털어놓아도 진심을 다해 걱정하고 머리를 모아 해결해주시려는 소중한 사람들이 가까이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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