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베리/생각 끄적이기

[선입견 타파] 춤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다루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었다.(시끄러운 술집을 싫어했던 사람의 고뇌)

테리베리 2022. 10. 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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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정주행한 것은 아니지만(그것이 나의 질투라는 감정일지, 두려움이란느 감정이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스트리트우먼파이터에 나온 사람들이 불량배같고 무섭게 느껴졌었다. "나와는 거리가 먼"이라는 단어로 치부했다.

그리고, 변산 비치파티에서 스트리트우먼파이터의 프라우드먼(모니카 팀)을 보았다. 댄스배틀이 열렸을 때 멋진 몸을 자랑하며 무대 위로 올라온 소년들도 있었더랬지. 댄스 배틀이 시작되면서부터, 그리고 끝난 뒤.. 우리 옆자리에서 그들이 음악에 맞추어 맥주를 기울이며 추는 춤과 흥들을 보면서.. 같이 갔던 친구와 함께 벙 쪄있는 상태.. 말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이렇게 깔려있는 판에서, 그 흥에 합류는 못 할망정, 가지고 있던 에너지마저 푹푹 빠져나가듯 서로가 그러고 있는 모습에 웃으며, 자책하며, 그들의 멋을 칭찬하고 구경했다. 그 헛헛함을 인정하기 싫었던 나는 "우리다운!?! 재미는 어디 없나!"하며 그 명당석을 뜨고 주위를 배회했다.

그렇게 걸으며 "앞으로는 버리겠노라"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29년간 가지고 있던 어줍잖은 자부심과 자신감"이 바로 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미 서로의 감정을 너무 잘 아는 우리는 잠깐의 반성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에 이런 흥 있는 자리를 오게 될 때에는 우리가 제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웃픈 도전..

그러기 위해서는 춤을 출 줄 알아야 하고, 비트에 맞게 자연스레 리듬을 탈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을 의식하는 마음", "무언가 우위를 점해야만 자신감이 나오는 습관"을 철저히 버려줘야 했다. 주변을 의식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아껴줄 줄 알아야만이 가능한 그 어려운 결실을 이루기 위해.. 서로는 말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철학적일 수 있는 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차 안에서 우리는 지금껏 가지고 있던 "여태껏 쌓아왔던 나"를 완벽하게 내려놓았다. 한 마디가 떠오른다. "씨..야! 우리도 할 수 있어! 해보자! 지아코부터 가는고여!"

2시간이 넘게 걸렸던 귀갓길에서 서로 이런 춤 저런 춤도 만들어 보면서, 농담도 하면서, "진짜 '나'를 위해 즐기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행동의 절정치를 찍으면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미친듯이 놀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서로 거울을 보고 유튜브를 보며 춤을 추고, 밖에 나와 맥주 한 잔씩을 하러 나왔다. 맥줏집에는 사람들이 많아 눈치가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텐션을 잊지 않으려고, 이 자세와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기억하려고 '나/서로의 즐거움'에만 포커스를 맞추려 하면서 음악에 몸을 맡겼다. 평소 노랫소리가 큰 술집은 말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 싫어헀는데, 관점을 바꾸니 오히려 이런 곳이 더 즐거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나의 스트레스 해소 등) 곳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태어나 처음 들었다.

이런 관점이라면.. 그토록 싫어하던 클럽에 가서도... 그 소위 누가 말하는 "음악과 춤만 있다면 어디든 천국이다"라는 말에 크나 큰 동감을 할 수 있겠더라.

평소에 "내려놓는다"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잠깐 평소 짊어지고 있던 것들을 잊고 리듬에 몸을 맡기는 건, 술을 과하게 먹는 것 보다도 좋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건강해지기까지 하니까!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을 오직 나의 기분을 위해서(어떤 주위도 의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거니까. 이론적으로도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도, 유배 중 자식들에게 음악/시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 있듯이.. 살아감에 있어서 음악/댄스/시/스포츠/미술과 같은 예술적 요소들은 업(業)과 사(思)의 조화를 가져다 주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인 듯 하다.

그리고 최근.. 같이 갔던 친구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해변을 다녀온 이후, 다시 현실(일상)로 돌아오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 때의 마음가짐을 많이 잃었어.잊었어."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 안타까웠다. "댄스의 매력"을 함께 느꼈던 그 친구도, 그리고 나도.. 이 날 먹었던 마음가짐과 배움을 잊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매 순간을 나답게! 나를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남 눈치 보지 않고! 즐겼으면 싶다. 우린 분명 머지 않은 날.. 흥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멋지게 그 흥을 요리할 줄 아는 최고의 요리사가 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

나이가 들면서일까? 점점.. 당장 마주하고있거나, 비중이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중요치 않은 것(현재를 가장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요소 외의 것)들은 내려 놓으려 한다. 이게 바로 연륜('효율을 통해 여유를 찾아가는 방법'을 찾음)일까? 혹시 그게 아니면 어떤가. 이 마음가짐이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지금 나에게는 "갖추면 +요인"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느낌을 잊지 않고,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지며, 마주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본 경험을 글로써 깊게 돌이켜보고, 잃으려 할 때 쯤 항시 꺼내볼 수 있도록 이 공간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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